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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실리콘에 핀 검은 곰팡이는 문질러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뿌리가 실리콘 안쪽에 들어가 있어서 표면을 아무리 닦아도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답은 세게 문지르는 게 아니라 제거제를 곰팡이 위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 즉 습포입니다.

왜 문질러도 안 지워지나요?
타일 줄눈이나 실리콘은 표면이 매끄러워 보여도 미세한 구멍이 있는 재질입니다. 곰팡이는 그 안쪽에 자리를 잡고 색소를 남깁니다. 우리가 보는 검은 점은 곰팡이 몸체라기보다 안쪽에서 만들어진 얼룩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수세미로 미는 방식은 표면만 긁습니다. 실리콘에 상처가 나면 그 자리에 물이 더 잘 고여서 다음 곰팡이가 더 빨리 옵니다. 힘을 쓸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몇 안 되는 청소입니다.
습포는 어떻게 하나요?
순서는 네 단계입니다.
- 키친타월을 실리콘 폭에 맞게 길게 잘라 곰팡이 제거제를 충분히 적십니다.
- 곰팡이 위에 그대로 붙입니다. 젤 타입이 아니어도 타월이 액을 붙잡아 줍니다.
- 랩을 덮어 마르지 않게 합니다. 이 단계를 빼먹는 경우가 많은데, 액이 마르면 반응도 멈춥니다.
- 반나절 두었다가 떼어내고 물로 충분히 헹굽니다.
한 번에 다 안 빠지면 같은 자리에 한 번 더 합니다. 세기를 올리는 게 아니라 횟수를 늘리는 쪽이 실리콘에 안전합니다.
제품은 어떤 걸 골라야 하나요?
성능 차이가 실제로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11월 3일 공개한 한국소비자원 비교시험 결과를 보면 욕실세정제 8개 제품 중 6개가 일정한 조건에서 곰팡이를 완전히 사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뒤집으면 2개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표시에 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같은 시험에서 “액성이 약알칼리성으로 표시된 ㈜블랙홀릭, ㈜아토세이프, ㈜퍼굿 3개 제품은 시험 결과 액성이 알칼리성으로 확인돼 표시기준에 부적합했습니다”라고 밝혔고, 내용량이 표시용량보다 적거나 제조연월 표시가 누락된 사례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 라벨의 액성 표시를 참고하시되, 그 표시 자체가 틀린 사례가 확인된 적이 있다는 점은 알아두는 편이 낫습니다.
같이 쓰면 안 되는 것이 있나요?
염소계 제거제와 산성 세정제를 같이 쓰지 마세요. 두 가지가 만나면 유해가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욕실은 좁고 문을 닫고 쓰는 공간이라 위험이 더 커집니다. 물때 제거용 산성 세정제와 곰팡이 제거제를 연달아 쓰는 상황이 특히 흔한데, 하나를 쓰고 충분히 헹군 뒤 다른 하나를 쓰는 순서로 나누는 게 안전합니다.
참고로 이 조합을 피하라는 안내는 세탁기 쪽에서도 같습니다. LG전자 고객지원의 통세척 안내에는 “염소계 성분이 들어 있는 세탁조 클리너와 산성의 세탁조 클리너를 사용하여 통살균 코스를 진행하면 제품 안이 변색되거나 부식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LG전자 고객지원). 사람에게도 기계에도 좋을 게 없는 조합입니다.
작업 중에는 환기를 하고, 창문 없는 욕실이면 환풍기를 켠 채로 하시길 권합니다.
다시 안 생기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요?
곰팡이는 습기가 있는 시간만큼 자랍니다. 그래서 제거보다 중요한 게 젖어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샤워 후 스퀴지로 벽과 바닥의 물기를 한 번 미는 데 30초면 충분합니다. 이것만 습관이 돼도 재발 간격이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 환풍기는 샤워 직후 30분 정도 더 돌려서 공기 중 수분을 빼주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원리를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빨래 실내건조 쉰내도 결국 마르는 시간 문제였고, 제습기를 어디에 두느냐도 습기가 머무는 자리를 없애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습포는 몇 시간을 둬야 하나요?
제품마다 권장 시간이 다르므로 라벨을 따르는 게 원칙입니다. 저는 반나절 정도 두는 편인데, 오래 둘수록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액이 마르면 그때부터는 의미가 없습니다. 랩을 덮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곰팡이가 실리콘 안쪽까지 갔으면 못 지우나요?
습포를 반복해도 색이 남는다면 실리콘 자체가 수명을 다한 경우입니다. 그때는 제거제를 더 쓰는 것보다 실리콘을 걷어내고 다시 시공하는 쪽이 빠릅니다. 재시공은 비용이 들지만 곰팡이가 계속 나오는 자리는 대체로 실리콘이 들뜬 자리입니다.
천연 재료로도 되나요?
식초나 구연산 같은 산성 재료가 물때에는 효과가 있지만, 실리콘 안쪽에 자리 잡은 검은 얼룩에는 힘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산성 재료를 염소계 제거제와 섞거나 연달아 쓰면 위험하니 둘을 같은 날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욕실 곰팡이 청소는 힘을 쓰는 일이 아니라 기다리는 일입니다. 붙여놓고 다른 일을 하다 오면 됩니다.